책 이야기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pia99 2018. 12. 6. 21:04

한동원 작가는  참으로 재미있는 분이구나.  방송에서  ~~하더랬다라는 말투를 전파시킨 분이기도 하다.  이 책도 그 문체를 따르고 있다. 그래서 읽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나도 예전에  점집 다닌 이야기,  수련 생활하면서 도사들 만난 이야기들,  한국 널린 수련단체 탐방기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재미있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드디어  나같은 분이 나와서 뮤쾌하게 탐방기를 쓰셨네.  대리만족하면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작가의 성격은  예를 들면,  손금보는 집에 갔는데  상담자가 생년월일시를 물으면, 이런 말을 한다.  왜 손금보는데 그것이 필요하죠라는 거침없는  질문을 날리는 유형!!

그래서 대리만족을  그를 통해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아뭏든,  용하다는 집에 가서  점을 보면서  상담자의 눈빛과 언행을  관찰자 입장에서 기술했고 그리고  작가의 심도깊은 생각을  썼다.


  자기의 취미를  이런식으로 풀어서 책을 써서  팔수 있다는 것은  글을 잘 쓰는 자의 특권이랄까?


 우리는 보통 점집을 가면,  비과학적 맹신자라고  비웃는데,  작가는  비웃기 전에 이런 의문을 가진 것이다.


  사실을 의심할 수는 없지 않는가?


 세상의 모든 팬티스타킹이 방탄 부적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원칙적으로 세상에 그런 팬티스타킹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앞에서 그러한 팬티스타킹을 목격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것을 직접 목격했음에도 설명할 '합리적'이론이 없다고 해서 그 존재를 애써 부정하는 것 또한 비합리적이다. 몇 천억 분의 일 확률의 우연이라든가 하는 각종 논리와 이론으로 실재하는 것을 어떻게든 부정하려고만 드는 과학적 태도야말로 오히려 미신의 또 다른 모습에 다름 아니다. 믿는 것이 팬티 스타킹이든 접집이든 과학이든 신이든, 맹신은 필연적으로 미신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미신이 존재하는 것을 없애지는 못한다.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이고...


 그럼에도 스스로 합리와 이성의 수호자라 자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미개한 미신이나 흑세무민이나 합법적 사기만이 점집을 대하는 유일하게 정당한 태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갖가지 업종, 직급 호봉 연차, 지역, 학력, 학식, 연령은 물론 심지어는 종교마저도 모두 초월하여 수만은 사람들이 여전히 점집에 내방하고 있다는 작금의 사실을 흑세무민이나 합법적 사기라는 단어만으로 간편하게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혹세무민과 합법적 사기의우매한 희생자일뿐일까


그렇게 믿어도 좋을까

 괜찮지 않다면?


좋다 그렇다면 가서 보자. 그런지 아닌지 직접. 어디 한 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선입견이나 의도 같은 것은 일단 옆으로 미뤄두고.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