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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상패, 감사패 모양을 `확` 바꿔보자고요...

pia99 2015. 8. 22. 22:15


제가 최근에 상패가게를 하나 차렸습니다.
여기서 제 가게 홍보하려는 건 절대 아니니 안심하세요.

좋은 날 좋은 분들에게 안겨드리는 게 바로 상패나 감사패가 아닐까요?
시작하고 보니 이 직업 참 매력있는 직업 같습니다.
남들 좋은 일 생기면 중요한 역할을 해 드리고 돈까지 받는 직업이죠.
제가 만든 상패가 그날 행사에서 히트를 치면(=반응이 좋으면)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접대(?)하려는 분들도 계시답니다.

 

 

 


지금부터 제가 잘 나가던 대기업 직장생활을 접고 출판 편집회사를 아득바득 운영해 오다가
드디어 요 며칠 전 인터넷으로 상패가게를 차리게 된 이야기를 잠시 하겠습니다.
눈높이를 조금 낮추고 새로운 직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재미 없다고 여겨지면 무시하시면 됩니다.)

 

우선 저의 본업인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이 옛날같지 않아졌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국문과를 나와서 그럴싸한 대기업에 몸 담고 일한 시절이 있었죠.
지금도 두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잘 나가는 광고대행사인데, 그때만 해도
전문가 대접받으면서 어깨에 힘도 좀 실을 수 있었죠.
하지만 언제부턴가 저처럼 출판 편집 일하는 분들이 "못해먹겠다"면서
직업을 바꾸는 걸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종이책이 없어지고 전자책이 대세를 이룰 거라느니, 전자 편집기술이 발달하면
저처럼 편집기획이나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죄다 굶어 죽게 될거라느니,
심지어는 소프트웨어(프로그램)가 발달되어 몇 개의 키워드만 입력해주면 컴퓨터가 알아서
원하는 책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세상이 올거라고도 하더군요.
기가 막힐 일이죠.
옛날 활자 다루던 문선공들이 떠오르면서 불안감을 느낀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 직업이 겉으론 글 쓰고 책 만드는 고상한 직업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3D 업종이라는 거죠.
소규모 출판사 운영하는 분들은 바로 공감하실거라고 봅니다.
동창회 모임에 매번 단골로 지각하는 건 제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워낙 업무가
구질구질하고 잔일이 늘어지기 때문입니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질 않는 경우가 다반사죠.
야근을 밥먹듯 합니다.
일이 없어 한숨 푹푹 쉬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다행이냐, 배부른 투정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속사정 모르고 하시는 말씀들입니다.
죽어라 일해주고도 별로 좋은 소리 못 듣는 직업, 삶의 질을 따져볼 때 결국
비참함을 느끼는 직업이 바로 출판 편집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우리 주위에 계실겁니다만.


저는 그나마 출판 편집대행 일을 하다 보니 대부분 의뢰받은 출판물을 제작해서
납품해주는 형태로, 대기업 사보나 브로슈어(홍보 선전책자)를 수주하여 직원들 월급과
생계를 해결해 왔습니다.
그러기를 벌써 20년 가까이 반복하고 있었네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거나 궁리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저는 우연히 상패와 감사패 모양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수천 수만가지 상패와 감사패 모양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색다르고 더 값어치있는 상패나 감사패를 만든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거리의 초상화 그리는 화가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분들 그림을 상패와 감사패에
조화롭게 결합시켜서 '인물화 상패'를 만든다면 기존의 상패나 감사패들보다
더욱 가치도 있고 흥미를 더해줄 거라고 생각했죠.

 


해외 사이트들도 뒤져봤지만 상패는 상패대로 인물화 그림은 그림대로
따로따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거다, 라고 생각한 저는 수많은 인물화, 초상화 작가들을 만나서
새로운 상품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처럼 쉽게 풀리지 않더군요.
작가가 인물화 그리는 비용을 너무 많이 부르는 경우, 그림을 금속 재질에 결합하는 과정에서
균형이 맞질 않아 재료비와 샘플 제작비를 엄청 날려야 했습니다.
책 만들어서 번 돈을 상패 샘플 만드는 데 거의 다 소진한 셈입니다.


'상품을 팔지 말고 감동과 희망을 팔자'고 마음먹고 최근엔 쇼핑몰도 만들었습니다.
기계에 의해 마구 대량으로 찍어내는 그런 상패가 아닌, 손으로 온 정성을 쏟아 '빚어내는' 상패라면
분명히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거라는 신념이 생겼습니다.
상패를 구성하는 재료들도 대부분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산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우리나라에서 장인정신을 가지고 일하는 분들과 손 잡고 작품성있고 보존가치가 높은  

상패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상패목(나무 받침), 금속, 인물화 그림에 대한 원가가 높긴 해도 완성도나 품질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게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나니 은근히 자랑 같아서 쑥스럽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입소문을 통해 하루에 한 두개씩
꾸준히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어제는 모 연구원 홍보팀장님으로부터 인물상패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술 접대도 받았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상패에 인물화 그림 하나 덧붙인 것에
많은 분들이 감동을 하고 찬탄을 보냈다고 하니 저도 놀라면서도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책 잘 만들었다고 칭찬 받는 경우는 참 드문 일인데, 상패나 감사패 잘 만들었다고
저는 벌써 여러 차례 칭찬과 함께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상패 만드는 일을 시작하길 참 잘했다고 여깁니다.


저는 내친 김에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이나 뉴욕 화가골목에서 관광객들에게
초상화 그려주는 분들과 제휴하여 '찾아가는 인물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방에서 가만히 앉아 인터넷으로 해외 화가에게 인물화 주문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죠.

굳이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도 인물화를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현지에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서 오더를 하면 그곳 화가가 (사진을 보고)그림을 그린 다음
고해상으로 스캔해서 다시 저에게 인물화를 보내오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화상 카메라와 노트북, 스캐너가 있으면 다 가능한 일입니다. 원한다면 자신의 얼굴이
그려지는 과정을 녹화해서 동영상 파일을 인물화 상패와 같이 제공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그림 의뢰하는 것보다 가격도 낮출 수 있습니다.
물론 단박에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상패나
감사패 등에 식상했던 분들에게는 나름대로 신선한 상품 아이템이라고 여깁니다.

 

제 글 읽어주시는 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제 생각이 그저 막연하고 속 좁은 걸까요?
아니면 한번 시도할 가치가 있는 아이템일까요?
관심있는 분들은 주저 마시고 많은 댓글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출판 편집쟁이가 졸지에 상패가게를 하나 차렸지만 이 일이 얼마나 잘 될 것인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죠?
제 꿈이 실현된다면 그 과정을 틈 나는대로 진솔하게 공개하겠습니다.
설령 실패로 끝나더라도 나름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치겠습니다.
아무튼 세상의 상패와 감사패 모양은 이제부터 '확' 바뀌어야 합니다.

천편일률적인 모양새가 아니라, 더욱 쓸모있고 가치있게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상패를 매번 표창 용도로만 사용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격려하고 기념하면서

정성 담긴 선물로써 언제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모님이나 애인, 직장상사, 선배 등 소중한 분에게라면 언제든지....

 

여러분도 크건 작건 소망하시는 모든 일 술술 풀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출처 : 수다
글쓴이 : 에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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