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단』의 실존 인물 봉우 선생
지금은 거의 일상 용어가 되어버린 ‘단전호흡’ 또는 ‘운기조식’이라는 용어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 84년 기존 중국판 무협소설을 능가하는 재미로 채워진 소설 『단』이 신생 출판사인 정신세계사에서 출간되면서부터였다. 더구나 소설 속의 주인공인 권필진 옹이 실존 인물인 봉우 권태훈 옹을 모델로 했다는 다분히 의도적인(?) 소문이 돌면서 소설 『단』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에 이르렀다.
1900년 서울 종로구 제동에서 태어나 94년 타계한 봉우 선생은 한의사로, 그리고 단학을 보급하는 한국단학회 연정원(韓國丹學會 硏精院)의 창시자로도 유명했지만, 단군을 섬기는 대종교의 최고직인 총전교로도 이름을 떨쳤다. 소설 『단』은 제목이 의미하듯 상당 부분 실제 상황이 포함되어 있지만,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닌 소설이라고 작가이자 당시 정신세계사 초대 편집장이었던 김정빈 씨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독립문을 한 걸음에 뛰어넘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나는 기러기가 떨어지는’초능력의 발현이 우리의 전통적인 수련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강한 암시를 주었다.
최고 인기를 누렸던 중국판 무협소설에 빠져 있던 젊은이들은 완전한 허구라고 생각했던 무협지의 주인공이 초능력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각종의 수련 관련 용어들, 다시 말해 운기조식이나 분골착근, 환골탈퇴, 전음입밀, 주화입마 같은 현상들이 실제로 우리의 전통 수련문화인 선가비법(仙家秘法) 속에 존재했고, 또 그런 과정을 거친 실존 인물이 있다는 막연한 믿음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봉우 선생은 ‘평생을 통한 수련으로 얻게 된 통찰력’에 근거, 『백두산족에 고함』이라는 저서를 통해 ‘우리 민족은 인류 최초의 동방문명(東方文明)을 건설한 백두산족이며, 사물 즉 물질문명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인 정신문명으로 되돌아온다는 물극필반(物極必返)의 원리나 백두산족에 찾아온 삼천 년만의 대운이 연계된 황백전환론(黃白轉換論 : 지금까지 백인들이 주축이 되어온 서구 문명의 선도적 역할은 이제 한 세대 안에 끝나고 황인종 특히 한국·인도·중국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명이 열린다는 이론)에 의해 머지않아 홍익인간 이념을 바탕으로 한 백두산족이 절대 평화의 세계 통일을 이룬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처럼 독특하고 신선한 사상 체계는 우리 것에 목말라 하던 수많은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
열화 같은 독자들의 요구를 감지한 정신세계사는 85년 여름 류관순 기념관에서 봉우 선생의 특별 강연회를 열었고, 무려 이천오백 여명의 청중이 몰려드는 대성황에 힘입어 열흘 후에는 여의도 광장에서 또 한 차례의 강연회를 개최, 역시 대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관심에 부응, 봉우 선생은 86년 2월 종로구 내수동 한국 빌딩에 한국단학회 연정원을 열었고 그 이후 ‘호흡법 곧, 조식법을 통해 단학을 수련한다’는 말의 줄임말인 ‘단전호흡’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섯살 때 모친으로부터 호흡법(調息法)을 배웠으나 열살 되던 해에 수명이 다해 이승을 하직하고 선계(仙界)에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살아나는 과정에서 봉우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권옹이 그토록 알리고 싶어했던 단학은 천부경에서 시작되어 조선시대 중엽, 정북창이 남긴 수단서(修丹書)인 용호비결(龍虎秘訣)을 논리의 기본으로 삼는다.
그러나 봉우 선생이 총전교로 이끌어오던 대종교는 92년, 후임 안호상 총전교의 쿠데타 사건으로 권 총전교가 비상 대권을 발동하는 등 파란의 내분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구한말 세도가의 외아들로 자라 일본에 유학했던‘상류층 자제’ 봉우 선생에 대한 다양한 재평가가 등장했는데 “원래 무협지를 광적으로 좋아했었다” “일본 유학시절 ‘오까다식 정좌법(精坐法)’을 배운 것이 전부” “칠십년대 중반 매일 아침 통행금지가 풀리는 새벽 네시 삼십분쯤이면 청산거사가 창시한 국선도(그 때는 정각도) 수련장에 나타나 세 시간씩 수련을 하는 바람에 수련장 문을 닫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이 꼬리를 이었다.
수련을 시작할 때 중요한 점은, 맹목적으로 수련에 뛰어드는 것보다 어떤 수련법이 자신에게 적합한 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바로 그 수련법을 찾기 전까지는 가능한 한 여러 가지 수련법을 경험해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의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수련법을 찾고 난 뒤에는 곁을 돌아보지 않는 의지가 필요하다.‘무엇인가를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는 분심(奮心)이 수련의 경지를 높이는 근원적이고 또 결정적인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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