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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주치의 생활

pia99 2020. 6. 27. 18:35

어렵게 분만한 산모는(수술) 의식 회복후에 바로 나에게 한 말은

"아이 괜찮나요? " 였다.  이런 첫 질문은  모두 공통적이었다.  내 몸보다 아이가 먼저 생각나는가보다.

산모 몸도 무지하게 아플텐데 말이다.  이런 첫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찡했다. 

아이 생사를 확인 한 후에 이젠 엄마가 된 그녀는 자신의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기 시작한다.  한시름 놓았는지 이제서야 자신의 몸의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나보다.

 

 만으로 45세 초산모는 28주 5일에 결국 출산을 하고 말았다. 전치태반 환자로

 가끔씩  질출혈 때문에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집에서  질출혈을 때문에 아침에 와서 스페큘럼으로 보는 순간,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듯이  os에서  피가 철철 쏟아지는 것을 내생애 봤다. 질과 자궁은 근육이라 아이 집이 될정도로  혈액을  많이 품을 수 있는 기관이라,  산모는  외부에서 출혈이 없는데 자궁과 질에서 혈액이 고여져있는 경우가 있어서  응급상황이 너무 너무 많다.  이 산모는 초응급의 경우였다. 질을 열어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피가 확 쏟아지는 것을 본 펠로우샘은 마취과에 연락해줘!!라고 했고 나는 바이탈 사인 체크할 겨를도 없이 마취과에 통보하듯이  연락하고(보통 마취과 샘에게 수술실 달라고 연락하고 허락받고 방 번호 나오면 수술실로 환자를 보내는 시스템)  산모침대차를 밀고 수술실로 내려갔다.  이렇게 마취과에 일방적인 통보하고 가는 경우는  산부인과밖에 없다고  치프샘은 말해주었다. 콧대높은 마취과에서조차도  산모환자인데 방 빨리열어주세요라고 하면 그러냐고 등록했죠라고 물어보고  부드럽게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산부인과 주치의하면서 경험해봤다. 

 이 환자의 수술기록지에 수혈 3리터 했다는 기록을 봤다. 대출혈이었다.  자신의 피를 한바퀴 갈아치운 셈이었다.

환자는 점점 회복되어가면서,  나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아이시유에서 환자가 회복되고 올라올 때의 기분이란 이런 것일까? 

 나는  그녀을 보면서 인문학적인 사고가 발동을 했다. 한국나이로 47세인 여자가 초산으로 아이를 낳을수 있다는 것에 강한 호기심이 생겨서,  충분히 라뽀가 생겼다고 여겼을 때,  그녀에게 물어봤다.

사주팔자에 자식이 있다고 나오던가요라면서 말이다. ㅎㅎ

  그녀왈,  아니요.  몇번 사주팔자 보러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냥 부부끼리 살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자식이 있다는 소리를 한번도 듣질 못했다고했다.  이 여자분은  늦게 시집을 간 경우라,  부부간도 임신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즉 시험관 아기가 아니라, 자연임신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그녀에게 칠삭동이는  천재래요라고 하면서 위안을 주었다. 그 유명한 김시습..

 

 산부인과 치프 샘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생겨서,  "정말 초응급이 산과는 많네요. 이렇게 힘들면서, 의료사고 터져 환자측에서 슈 걸면  기운 쪽 빠질걸 같아요. 주치의가 힘드네요" 

치프샘 왈,  우리는 이렇게 매일 살아요...  산부인과가 초응급이 많다고 해도  남들은 알지 못해서...

 

 과거에는 힘들었지만 보람은 있었던 과.. 지금은  의료사고 슈 건수가 많은 과 중에 하나로 알려지고,  힘들고,  그래서 지원자수가 적어지다보니, 전문의가  부족해버린 과다.  앞으로 출산률은 적어진다고 하지만, 난임, 노산모는 증가하기 때문에 산부인과는 역으로 절실히 필요해져버린 과. 

두달간 산부인과를 겪으면서, 역시 나는  서젼은 아니야. 서젼 기질은 따로 있지라고 여겼는데,  산과인과 병동 간호사들도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파견나와서  보면, 역시 외과기질은 아니라는 것이 산부인과 샘들과 비교가 된다고 하더라.ㅋㅋ

느긋느긋 성격과  빨리빨리 성격이 우선 차이가 난다고,  느긋느긋  성격을 가진 전공의 샘도  산부인과 지원했다가 결국 초응급 분위기가 너무 힘들어서 나갔다고 했다. (자기 자신이 어떤 기질인지 알고 지원하자 )

나도 두달이니까 참고 하루하루 살았지, 내가 산부인과 전공의라도  나갔을 듯.

 

 앞으로 산부인과에서 겪은 일들을 하나씩 써 나가 보겠다.

 

  만 45세 여자도  극히 드물지만 출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던 경험이었다.

 

 

그녀의  칠삭동이 아이 상태가 궁금해서  엔아시유에 가서 봤다.  1킬로 하고 약간 넘는 몸무게 , 있을 것은 다 있는 아이, 여기에서  몸무게 성장하면 무난히 성장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