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재미있다.”
간단명료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화장품 업계의 경쟁 환경은 그에게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메이크업 브랜드 ‘바비 브라운’의 창업자 바비 브라운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는 “새로운 콘셉트를 내놓으면 경쟁사들이 순식간에 모방하지만 나는 화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쟁은 계속 더 좋은 것을 만들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라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 정신은 바비 브라운의 DNA이기도 하다. 시카고에서 태어난 브라운은 1980년 대학 졸업 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혈혈단신 뉴욕에 건너왔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화장품 브랜드를 일궈냈다. 뉴욕 소호의 사무실에서 브라운 CCO를 만났다.
▷1980년대에도 뉴욕에는 젊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많았을 텐데 그들과 어떻게 차별화했나.
“당시의 스타일은 두터운 화장으로 피부를 하얗게 만들고 강한 메이크업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짙은 빨간색 립스틱에 화려한 눈화장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인위적인 메이크업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꾸준히 나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그러자 잡지, 패션쇼 관계자, 연예인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패션잡지 보그가 여덟 페이지에 걸쳐 내 메이크업을 소개했다. 커리어의 큰 전환점이었다. 나오미 캠벨 같은 톱스타와 일하게 됐고, 사람들이 ‘내추럴 룩’의 장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업계에 널리 퍼져 있는 트렌드를 거스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용기가 있다기보다는 순진했던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실패가 두렵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당시에 유행한 트렌드도 시도해봤다. 하지만 잘하지 못했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피부 색깔을 바꾸는 것(진한 화장)은 내 강점이 아니었다. 나의 강점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파악한 뒤 이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 정신이 주효한 것인가.
“창업 정신은 나를 움직이는 힘이다. 여전히 실패할 것 같은 일도 무조건 시도한다. 오늘 아침에도 한 여성 속옷업체 사장에게 다짜고짜 이메일을 보냈다. 여성의 자아존중감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함께 제작하자는 내용이었다. 물론 답장은 받지 못했다. (웃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곧바로 추진한다. 이런 방식이 종종 성공한다.”
▷1995년 에스티로더 그룹에 바비 브라운 브랜드를 판 이유는.
“난 이미 내 게임에서 ‘톱’의 위치에 올라 있었다. 백화점 니만마커스와 버그도프굿맨에서 화장품 매출 1위를 차지했다. 2명의 아이, 그리고 남편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다. 그때 레오나르도 로더 에스티로더 회장(에스티 로더 창업자의 장남)이 찾아왔다. ‘나는 당신이 잘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안다. 그 일을 해라. 나머지는 우리가 해주겠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팔기로 했다.”
브라운은 이후 ‘CCO’라는 직함으로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맡아왔다. 재무, 인사 등 기업 운영에 관련된 일은 에스티로더 그룹이 맡는다.
▷메이크업에서 당신의 메시지는 ‘자기 자신이 돼라(be who you are)’다. 하지만 사람들이 화장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연예인 등 다른 사람들을 닮고 싶어서가 아닌가.
“물론 마돈나나 린지 로한을 닮고 싶어하는 여자도 많다. 전문가로서 나의 역할은 그들에게 ‘그 사람들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 당신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일이다. 아시아, 특히 일본 여성들은 서양 여성과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지금 농담하는 거예요? 당신의 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당신은 몰라요’라고 말한다. 한 번도 개인적으로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일본 여성들은 종종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화장을 통해 정말 자아존중감을 높일 수 있나.
“남자들은 스포츠, 커리어, 영리함 등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자아정체성을 찾는다. 반면 여성들은 얼굴, 키, 몸무게, 머릿결 등이 자아존중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프리티 파워풀’이라는 캠페인을 하는 이유다. 여성들에게 메이크업 레슨을 해주는 일종의 마케팅 캠페인이다. 나는 여성들이 메이크업 없이도 아름답다고 믿는다. 하지만 메이크업은 더 큰 힘을 준다.”
▷한국 여성들은 성
형수술을 많이 한다.
“불행하게도 그렇다. 나는 성형수술에 반대한다. 대체로 더 이쁘게 만드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수술을 한 번 하면 다시 고치기도 힘들다. 오스카 시상식을 보면 나이 많은 여배우들이 (성형수술을 너무 많이 해서) 무서운 얼굴로 나타난다. 57세인 나는 보톡스를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다. 내 나이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눈을 가졌다는 것이다.”
▷화장품 업계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은 재미있다. 화장품 업계에서 경쟁이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과 동의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누드 메이크업’이라는 콘셉트를 내놓은 이후 디오르, 클리닉 등 모든 화장품 회사가 모두 누드 메이크업 제품을 내놓고 있다. 5년 전에는 전혀 없던 개념이다. 하지만 나는 화나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충분히 많다. 경쟁은 계속 나를 긴장시킨다. 그래서 좋다. 계속해서 더 좋은 것을 만들게 한다.”
▷누드 메이크업 다음 트렌드는 뭔가.
“올 연말에는 ‘스카치온더록(얼음으로 희석한 스카치 위스키)’ 콘셉트를 내놓을 것이다. 스카치 위스키의 비주얼한 색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벽난로 앞에서 스카치 위스키를 들고 있는 섹시하고 우아한 여성이 콘셉트다.”
▷어떤 트렌드가 유행할지 어떻게 예측하나.
“간단하다. 그냥 추측한다. 트렌드 조사 회사와 계약하거나 보고서를 읽지는 않는다.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젊은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한다. 쉬는 날에는 운동화를 신고 박물관에 가고 다운타운에서 쇼핑을 한다. 그리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젊은이들과 소통한다.”
▷회사를 처음 만들 때 비전은.
“여성들이 스스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
▷앞으로 10년 후 바비 브라운이 어떤 회사였으면 좋겠나.
“하나의 큰 캠퍼스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회사에 헬스장과 건강식을 파는 레스토랑, 스파 등이 있었으면 한다. 사람들이 일도 하면서 시설을 즐기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회사의 주인이 아니어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지금도 요가와 매니큐어 클래스를 운영하는 등 가장 좋은 사무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주로 고용하나.
“나는 면접을 시작한 지 3분 만에 고용을 결정한다. 이야기를 나눌 때 편안한 사람, 뭐든지 ‘해봅시다’라고 말하는 낙천적인 사람을 선호한다. 5분만 대화하면 더 이상 얘깃거리가 떨어지는 사람은 고용하지 않는다.”
■ 바비 브라운 창업자는
1957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바비 브라운은 어려서부터 메이크업에 매료됐다. 보스턴 에머슨칼리지에서 무대 메이크업을 공부한 그는 졸업 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왔다. 피부색을 그대로 살리는 ‘내추럴 룩’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1년 ‘바비 브라운 에센셜’ 립스틱을 만들어 뉴욕 최고의 백화점인 버그도프굿맨에 처음 출시했다. 한 달 동안 100개 판매를 목표로 삼았지만 하루에 100개가 모두 팔려 나갔다. 1995년 에스티로더 그룹에 회사를 팔았고 현재는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로 일하고 있다.
만난 사람= 유창재 뉴욕 특파원 yoocool@han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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