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유형들의 생활 수련
신미영(에니어그램영성센터 전임강사)
위엄과 권위의 상징으로 꼽히는 8유형들은 자신을 힘과 ‘힘 있는 자’로 세상이 인식하고 그에 걸맞게 대우하는 것에 민감하다. 그 특정 영역에 관한한 민감한 정도는 선 굵은 외모와 매우 대조적이다. 말을 하든 하지 않든 “ 누가 대장인지 혼동하는 ” 사람들에게 대장은 자신이며 결코 둘 일수 없음을 확실하게 알려주려 한다. 여기서의 대장이란 최고 권위를 상징한다. 대장의 역할은 외부세계 뿐만 아니라 내면에 숨겨진 ‘약한 아이’를 억누르는 역할이기도 하다. 상대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을 꺾으려 하는 대상에 대해 결코 ‘굴복’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두 번 다시 도전할 의욕조차 상실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자신을 얕잡아 보는 것, 지는 것, 약한 자로 위치 지워지는 것에 대한 분노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분노는 기어코 보복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흔하다. 약한 자는 세상에서 함부로 대해진다는 신념이, 강한 혹은 강해보이는 자신에 집착하게 만들고 과도하게 그런 모습을 지키려는 데에 전력투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 상처 바라보기
그런 집착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여하간에 그들로서는 ‘심장을 딱딱하게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섬세하고 심리적 감수성이 예민한 말랑말랑한 심장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집착의 실현에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힘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감성이 희생되었다고나 할까. 여하간 자신이나 타인의 아픔에 대해 둔감한 결과로 생기는 희생자는 역시 자신과 또한 관계된 타인들이다.
외부 세계를 향한 또, 자신의 내면에 은폐되어 있는 여린 아이를 향한 억압과 통제로 인해 무감각해지는 것은 필연이다. 교감하지 못하고, 공감이 부족해 행동으로 만사를 해독하고 대응하는 ‘단무지’가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8유형들의 본래의 선한 의도와 상관없이 상처 받아 떠나가는 사람들을 안타까우면서 동시에 괘씸하게 바라봐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무심할 수 없는 과제가 된다.
자신 안의 여리디 여린 아이를 인정하는 것 즉 가슴을 살아나게 하는 것, 그래도 하찮아 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진정으로 강건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조금은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과도한 힘의 사용은 상처의 크기와 비례해왔음을 인식하며 하복부에 집중되던 에너지를 가슴에도 공급하는 의식적인 훈련은 유용할 것이다.
* 평등한 관계 맺기
필연적으로 8유형들이 맺어가는 세상과의 관계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하 수직의 관계를 형성한다. 타인의 승인은 불필요하다. 친구와 동료 관계도 형식적 평등일 뿐 본질적으로 평등하기 힘들다. 타인에게 통제되지 않기 위해 타인을 통제하는 생존 전략은 필연적으로 착취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자신은 존재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타인들의 합의나 공식적인 명칭과 상관없이 관계 안에서 자신은 지도하고 평정하는 어른이요, 대장인 느낌을 갖는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교육의 과정이 있어서도 아니다. 존재감이 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다소 차이는 있더라도 상대를 중요한 존재로 대해주는 예의가 결여되기 십상이다. 쉽게 말해 무례하다는 평가가 잘 따라붙는다. 주지할 사항은 8유형들이 상대를 대하는 방식으로 상대가 8유형을 대했다가는 ‘건방지다’는 평가는 기본이요 그에 따르는 응징을 각오해야 한다.
8유형들이 동기동창과도 맺기 어려운 평등의 관계는 단순한 형식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평등은 타인을 나와 같은 존재로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핵으로 하기 때문이다. 내가 통제되고 싶지 않은 만큼 타인들도 통제되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내가 함부로 대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만큼, 무시되고 싶지 않은 만큼, 위압되고 싶지 않은 만큼, 무안당하고 싶지 않은 만큼 타인들 역시 그렇거니와 나 만큼의 혹은 나 이상의 독립과 자유를 이루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루 빨리 스스로에게 배타적으로 허락한 권좌에서 내려와 통치 받는 백성들이 아닌 친구로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정점에 두는 대신 치러야했던 과도한 책임감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 또한 힘겨운 지배의 환상 세계, 매트릭스에서 탈출해야 하는 이유이다.
일상에서 말 한마디, 표정 한 번 짓는 데에도 사람을 겁주거나 위압하려는 의도가 없는지 세밀히 살필 일이다. 이해는 다 안가도 힘들어하는 상대의 마음을 응시하고 주의를 집중해주는 것도 자신의 감성을 살림과 동시에 타인을 존중하는 과정으로 좋다. 자기의 욕구대로 밀고 나가는 것을 통해 우월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 마음을 나누고 타인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생활 훈련 속에서 진정한 자기 존중감은 본색을 드러낼 것이니 말이다.